'전기차 충전기 41기' 팩토리얼 성수, 내연차에 막혀 충전할 곳 사라졌다[현장+]

25-03-09 14:55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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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가 40기 넘게 구축된 서울의 한 건물이 최근 내연기관차 주차 문제로 논란이다. 이 건물은 홈페이지에 전기차 충전 전용 공간을 갖췄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가보니 충전 전용 공간의 특징을 전혀 살펴볼 수 없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상업용 오피스건물 '팩토리얼 성수' 지하2층 주차장에는 총 41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있다. 이곳에는 국내 충전사업자 '스파로스EV'가 설치한 완속충전기 38기와 테슬라코리아가 설치한 슈퍼차저(급속충전기) 3기가 있는데 팩토리얼 성수는 이같은 충전 인프라를 근거로 "지하2층 전구역에는 EV(전기차)전용구역으로 지정"이라는 문구를 자체 홈페이지에 넣어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26일 현재 팩토리얼 성수 지하2층 주차장에는 홈페이지 홍보 문구와 달리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병행 주차 허용'이라는 문구가 충전기 옆 기둥에 각각 새겨졌다.


지난 25일 오전 팩토리얼 성수 현장에 직접 찾아가보니 충전기에 사용할 수 있는 지하2층 주차면 41곳중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는 주차면 1곳만 비어있었다. 완속충전기 사용 가능한 주차면 38곳중 두 곳만 충전이 진행중이었고 나머지 공간은 모두 주차 목적의 차량으로 채워졌다. 이날 완속충전 장소에 발견된 한 테슬라 모델3 차량을 보니 충전 커넥터가 연결되지 않은채 주차됐다. 충전기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 지하3층 주차장은 차량으로 꽉 채워졌지만 지하4층 주차장에는 빈공간이 많이 보였다. 취재결과 이같은 모습은 주중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흔히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팩토리얼 성수의 이같은 모습은 지난해 5월과 많이 대비된다. 당시 팩토리얼 성수 지하2층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공간을 의미하는 연두색 주차면이 새겨졌고 충전소에 주차하는 내연기관차량의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는 안내문도 새겨졌다. 이 때문에 해당 장소에 주차하는 내연기관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팩토리얼 성수 건물을 관리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부터 해당 공간을 내연기관차 병행 주차가 가능한 공간으로 변경했다. 또 엘리베이터 안내문구에 새겨진 'EV Parking Only(전기차 충전 전용 공간)' 안내문구도 뺐다. 하지만 지하2층 주차장 전기차 전용구역 지정 홍보 문구는 홈페이지 상에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건물 내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지난해 10월부터 지하2층 주차장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병행 주차 허용 구역으로 변경했다"며 "지하2층에 위치한 테슬라 슈퍼차저는 기존과 그대로 전기차 충전만을 위한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 건물은 법적으로 주차장 내 주차면 3곳 이상을 전기차 충전장소로 두면 되지만 해당 층 전체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만큼 다른 건물에서 보기 힘든 전기차 친화공간"이라고 덧붙였다.


팩토리얼 성수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국내 충전사업자 스파로스EV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스파로스EV 앱을 살펴보면 팩토리얼 성수 내 충전기는 내연기관차 병행주차 허용 구역 표기 없이 충전기 사용 유무 현황만을 볼 수 있다. 해당 건물 내 전기차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오너들에겐 내연기관차가 주차했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이같은 조치는 전기차 오너뿐만 아니라 충전사업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스파로스EV 관계자는 "현재 우리도 팩토리얼 성수의 운영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구역 내 전기차 충전기 사용이 어렵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2에 따르면 공중이용시설은 기축인 경우 총 주차대수의 100분의 2 이상의 범위에서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및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의무설치수량 이상의 충전시설을 설치했을 경우 안내문 등을 통해 병행주차구역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해당 법이 전기차 사용자들의 충전을 방해할 수 있는 최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은 "만약 팩토리얼 성수가 전기차 완속충전이 가능한 주차면 38면중 일부 공간만 내연기관차 병행주차 허용으로 지정했어도 큰 문제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 전용 구간과 내연기관차 병행주차 허용 구간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가 만약 전기차 충전 전용 공간에 주차할 경우 관할 지자체로부터 과태로 10만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 앞에 내연기관차 병행 주차 허용 문구가 새겨질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팩토리얼 성수는 지난해 2월 준공된 곳으로 2만1060㎡(약 6370평),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이다. 이곳 지하4층 주차장에는 현대차그룹이 구축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이 자리잡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 1층부터 5층까지는 올리브영 매장이 있고 9층에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직원들이 입주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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