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칼럼]허울뿐인 전기차 충전인프라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22-10-18 13:24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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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은 기후변화 위기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요도는 오히려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 변화 대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다양한 친환경 정책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전기차 정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상관없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안이다. 2013년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전기차 정책은 국민과 기업이 전기차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보급과 홍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정부의 전기차 정책 패러다임은 실효성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2022년 현재 상황에서 전기차는 수요가 공급을 추월해서 역전했고, 과거 '투자해야 하는 산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바뀌면서 많은 기업이 충전 인프라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의 관심 밖에 있던 충전 인프라 사업은 국내 재계 순위 5대 그룹 가운데 4개 그룹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워졌다.


전기차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도 계속 높아졌다. 지난 2013~2018년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보급 목표를 채우지 못했지만 2022년 현재는 전기차 지원금을 받으려고 많은 이가 줄 서고 있다. 높은 경쟁률로 말미암아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로또에 당첨됐다'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지금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과거 수요가 부족할 때 세운 구시대적 유물이다. 게다가 자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이나 자국산 배터리를 사용해야만 보조금을 주는 중국처럼 정치 지형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누구에게나 보조금을 주는 게 아니라 전기차를 꼭 타야 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기차와 관련해 맞춤형 보조금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에도 큰 변화를 줘야 한다. 충전 인프라 설치 속도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현재 운영되는 충전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일단 설치만 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던 과거 방식에서 사용률이 높은 충전사업자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거나 고장률이 높은 충전사업자에는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2017년부터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량충전기는 해마다 늘지만 이를 수리하고 재가동하는 시간은 더 길어지고 있다.


또 전기차 충전이 끝난 후에도 충전기를 점유한 차량에는 별도 요금을 부과해야 충전기 효용성을 높이고 사용자 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충전 완료 후 점유료 과금방식은 현재 테슬라 슈퍼차저와 현대 이핏(E-PIT)에서 실시하고 있다. 전기차 사용자 사이에서는 이 같은 방식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앞에서 전기차 차주끼리 충전이 완료된 상태에서 차를 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인프라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뜬구름 잡는 식의 그저 화려하기만 한 전기차·인프라 정책은 멈춰야 한다. 실효성이 더 있고 실제 사용자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기차 사용자가 충전 걱정 없이 전기차를 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곧 친환경 정책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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