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보급 확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충전요금 급등과 운영 불안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충전 인프라 정책도 단순 설치 확대 중심에서 벗어나 운영 품질과 유지관리 체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충전요금 정보 공개 의무화와 공동주택 계약 가이드라인 마련, 충전사업자 품질평가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BESS(에너지저장장치)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분산형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변압기 용량 부족과 전력 피크 부담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동주택 전력설비 대응 체계 마련 역시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전기차 완속충전요금 급등, 지속가능한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 배경과 공동주택 중심 충전 인프라 문제, 충전사업 구조 개편 방향 등이 집중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전기차 확산 속도에 비해 제도와 시장 구조 정비가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우재준 의원은 환영사에서 “국제유가 상승 이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충전요금 급등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경험을 줄 수 있다”며 “전기차 전환의 중요한 시점인 만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어 “충전 인프라는 한 번 구축되면 특정 사업자 구조에 종속되기 쉬운 특성이 있다”며 “사용자와 사업자 모두 예측 가능한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전기차 보급은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신규 전기차 보급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조금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재정 투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충전요금 인상과 충전 인프라 운영 문제는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 중심의 완속충전 시장에서는 사업자별 요금 차이와 로밍 체계의 불투명성, 유지보수 부실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수석전문위원은 “충전기의 운영 상태와 유지관리 수준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며 “보조금 정책도 단순 설치 중심이 아니라 운영 품질과 유지관리 성과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위원은 단기 과제로 △충전요금·로밍요금 정보 공개 의무화 △보조금 지원 충전기 사후관리 강화 △공동주택 계약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연동형 충전요금 체계 ▲충전사업자(CPO) 품질평가 제도 △BESS 연계 충전모델 구축 필요성도 언급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분산형 충전 인프라 체계를 구축해야 향후 충전 수요 급증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후 아파트 단지의 전력설비 부담 문제도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변압기 용량 부족과 전력 피크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은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실장은 공동주택 관리자 입장에서 충전기 운영 민원과 계약 구조 문제를 설명하며 “입주민과 충전사업자, 관리주체 간 역할과 책임 기준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충전 인프라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축사를 대독한 오일영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과거 충전기 정책이 안전성 확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적정 가격과 접근성, 운영 품질 관리가 핵심 과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국 충전기가 약 52만기에 이르는 만큼 단순 보급 확대를 넘어 지속가능한 운영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최근 공공충전 요금체계를 세분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 요금 조정 차원을 넘어 국내 전기차 충전산업 구조 개편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충전기 보급 확대가 정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운영 품질과 시장 안정성, 소비자 신뢰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차 보급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요금 투명성과 운영 안정성이 확보되면 전기차 전환 속도는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충전시장 정책이 단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전력시장 구조와 연계된 통합 정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V2G(양방향 충전), 분산에너지, 스마트그리드, 공동주택 전력관리 체계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요금 문제는 단순 가격 논란이 아니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프라 구조 문제”라며 “정부와 사업자, 소비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시장 질서를 만드는 것이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에너지데일리(http://www.energ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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