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좌담]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양적으론 합격...질적 보완에 신경 써야

23-12-22 16:46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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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 이상천 로지시스 EV사업부 부문장, 황재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부장 연구위원.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지난 9월 기준 전기차 대수는 52만대로, 공용충전기 수 26만대와의 비율이 약 50%에 이른다. 유럽·미국 비율 4~7%, 중국 10%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충전기 123만대 이상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계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최근 이어진 전기차 수요 정체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조 원가 상승, 업계 간 경쟁 심화, 멀어지는 손익분기점,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의 부담이 점점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내년 ‘역대급’ 보조금을 투입 방침에도 내년 충전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월간좌담에서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계자들과 함께 그간의 국내 충전 인프라 시장을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 및 정리=오철 기자


▲패널(가나다순)=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 이상천 로지시스 EV사업부 부문장, 황재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부장 연구위원.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이상천 로지시스 EV사업부 부문장(이하 이상천)=현재 한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30년까지 420만대의 전기차 및 123만기의 정부 충전기 공급 계획은 이 시장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또한 환경부가 다양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확장과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공공 및 사설 충전소의 확대, 고속 충전기의 보급 증가는 전기차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이하 김성태)=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최근 2년 연속 OECD 전기차 대비 충전 인프라 비율이 1위이다. 일각에서 또는 전문가를 자처하시는 분들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하시는데 그건 객관적인 수치만 봐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의 불만이 많다. 어떤 점이 부족한가.


▲황재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부장 연구위원(이하 황재곤)=해외 대비 높은 충전기 보급 비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용 충전 인프라에 대한 사용자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국내는 사용자의 충전 형태 측면에서 불편함이 존재한다.


해외 전기차 사용자의 경우에는 단독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 차고에서 1차적인 충전을 진행하는 비율이 70~90%로 추산된다. 집에서 충전을 완료하고 주행 중 부족한 부분을 외부 공용 충전을 사용하는 형태다. 반면에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국내 사용자는 개별 충전기 설치가 불가능하고 공용 충전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김성태=국내 충전 인프라의 양적인 측면은 나름 합격이다. 문제는 질적인 측면이다. 국내 충전 인프라 정책은 오랫동안 ‘설치’에만 집중돼 있다 보니 ‘운영’에 대한 부분이 매우 문제가 많다. 충전기가 어떤 곳에 설치되건 말건 사용자가 있든 없든 그냥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보니 오랫동안 충전사업자가 설치에만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2022년 국감에 따르면 한국전력 아파트 급속충전기 가동률이 5% 수준이다. 24시간 충전기가 운영되는 시간 중 실례 사용하는 시간은 2시간 미만이라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본인은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된 200kW 급속충전기가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했다. 급속만 아니라 완속도 사용률이 저조한 충전기가 너무 많다.


▲이상천=지역적 불균형과 충전 대기 시간 감소와 같은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민간 부문의 혁신과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충전 인프라의 효율적인 유지보수는 장기적인 안정성과 사용자 만족도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충전소의 설치 및 확장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유지보수 시스템의 구축에도 주목해야 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황재곤=답은 충전 인프라의 증설과 민간기업 간의 경쟁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시장기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CPO들이 적재적소에 충전기를 배치하고 사용 편의성과 안정성을 향상함에 따른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기업에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충전기 고장시간을 최소화해야 할 유인이 존재한다.


▲이상천= 충전 인프라의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전소의 지리적 분포를 최적화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전소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지역에 적절히 배치돼 있고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춘다면 전기차 사용자들의 충전 경험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또 고속 충전 기술의 발전에 주목하고 모바일 앱을 통한 충전소 예약 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김성태=사용자들이 충전 인프라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 중 고장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속도가 나오지 않는 충전기들이 많다. 특히 정부 부처나 공기업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충전기들이 속도 저하가 심한데 이는 충전기가 노후됐거나 충전기 파워모듈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공공 입찰 시 충전속도 보장을 확실히 하는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 또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충전 과정을 줄이거나 로밍서비스 일원화 및 PnC 충전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보조금 정책은 보급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여러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 보조금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황재곤=“전기차가 먼저냐, 충전기가 먼저냐” 라는 이야기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보급의 관계를 닭과 달걀의 관계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전기차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조금은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 왔다. 과거 충전사업자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였고 인프라 금융이나 대출로 투자비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히 그랬다.


그러나 보조금의 무분별한 집행은 정책과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자의 보조금 의존도를 높여 충전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내 충전 인프라 시장에는 최근 대기업 진입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좋은 입지의 충전기는 수익성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보조금 정책은 충전사업의 자생력 확보와 충전 인프라 확대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선별해 적용하고 지원 규모를 차등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천=보조금은 초기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 시장의 자립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대신 기술 개발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보조금 의존도 감소는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며,  이를 통해 보다 경쟁력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산업의 혁신과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김성태=보조금 정책은 앞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공급자들이 아무 곳에 설치하는 것 아니라 사용자들이 원하는 곳에 설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일괄적으로 똑같은 충전요금제가 차별화돼야 한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충전기와 한적한 시골 충전소의 요금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 또 보조금을 차등화해 지급하면 충전사업자들이 충전소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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