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화재가 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회사가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있고, 주차 중에 갑자기 불이 나는 등 화재 이유 또한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전기차 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평소 차를 운용할 때 배터리 완전충전(100%)과 방전(5% 미만 남김)을 피하라는 정도의 당부를 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다음달이 되어야 나올 예정이어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비자 등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겨레가 취재한 전기차 분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기차 화재 예방책으로 배터리 완전충전(완충) 금지와 방전 금지를 제안했다. 배터리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 차량 검진도 필수 사항으로 꼽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는 “과충전과 완충은 같은 말”이라며 “배터리 내부 분리막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과충전으로 인해) 찢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충전이 그만큼 화재 위험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은 “한두달에 한번 배터리 충전량을 20% 아래까지 떨어뜨린 뒤 완속으로 20~100% 충전하며 ‘셀 밸런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0%에 해당되는 배터리 충전 구간을 실제로 충전하면서 배터리관리시스템이 자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배터리관리시스템은 전류나 전압, 온도를 센서로 측정하고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차단해 전지의 위험 요소를 줄여주는 장치다. 그는 “(충전을) 급속이 아닌 완속으로 해야 이상 여부를 (배터리관리시스템이) 더욱 잘 감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차주이기도 한 최영석 원주 한라대 객원교수(미래모빌리티공학)는 “모든 충전기가 자체적으로 완충을 막고 90%만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데 있다.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열폭주가 일어나 온도가 1000℃ 넘게 치솟고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 때문에 화재 원인 분석이 어렵다. 지난 6일 충북 금산군청 주차장에서 발생한 기아 이브이(EV)6 화재는 충전 중에 일어났다. 앞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난 대형 화재는 사흘 동안 주차돼 있던 메르데세스 벤츠 전기차에서 갑자기 난 불로 시작됐다.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배터리 내부 문제로도 불이 날 수 있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에 충격을 주는 방식의 과속 운전으로 셀이 충격을 받아 불이 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일러야 다음달 중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은 오는 12일 첫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확충 방안,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관련 규정 정비, 전기차 배터리 안전 규정 등을 두루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과 진단이 나오기 전까지 전기차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으로 지하 주차를 막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화재발생률은 각각 0.013%, 0.016%다.
최우리 박수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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