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건물 주차장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이러면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있나요?”, “우리는 배터리 셀도, 팩도 뭔지 모르겠고 화재 골든타임을 지키고 싶을 뿐인데, 뭘 해야 하는 거죠?”, “과충전만 안 하면 전기차 화재가 안 날까요?”
지난 30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공공주택 전기차 화재 방안 정책공청회’에서는 각 연사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질문이 쏟아졌다. 자신을 아파트나 건물 관리인이라고 밝힌 이들의 질문에는 혹시 모를 전기차 화재사고에 대한 불안이 짙게 묻어났다.
이날 연사로 나선 김용은 한국자동차연구원 차량전동화연구센터장, 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등은 이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민간 및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지, 화재사고를 막기 위해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지 등을 짚었다.
공청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절반(47%)은 주차중 발생한다. 충전 중에 발생하는 사고는 29%,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비율은 11% 등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 주된 원인이 아닌 셈이다.
김용은 센터장은 “현재 전기차는 운전자가 90%만 충전을 하겠다고 설정을 할 수가 있다. 또, 전기차에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라는 배터리 관리 하드웨어도 탑재돼 있다. 현재 과충전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화재의 주 원인으로 '덴드라이트(수상돌기) 부산물로 인한 내부단락'을 꼽았다.
배터리는 음극재 및 양극재 사이에 칸막이에 해당하는 분리막이 있는 구조다. 분리막이 있는 이유는 음극과 양극이 만나면 전류의 통제가 어려워지면서 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덴트라이트는 분리막이 찢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요컨대, 해당 부산물의 생성 유무 확인으로 화재사고 상당을 막을 수 있게되는 셈이다.
30일 열린 ‘공공주택 전기차 화재 방안 정책공청회’에서 한세경 경북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물론 현재 기술로는 부산물이 생겼는지, 생기지 않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세경 경북대학교 교수 등이 진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배터리는 덴드라이트가 생성되기 전과 후에 모두 정상 수준 전압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전압은 절댓값에서 정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세경 경북대학교 교수는 “이런 미세한 패턴 변화를 로컬에서 인지하기가 어렵다. BMS도 해당 수치는 다 정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절댓값이 아니라 변화를 기준으로 배터리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로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한 교수는 해당 로직을 만들기 위해 배터리 정보의 ‘빅데이터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BMS 데이터는 대부분 각 완성차 안에서 수집 및 활용된다. 그간 업계는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고, 다른 데이터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대대적으로 활용하면 지금보다 유효한 배터리 진단 로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해왔다.
한 교수는 “사람 몸으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가슴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피부가 까매졌다’ 등 각각의 변화가 곧장 병이 있다는 결론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종합적인 변화 지표가 같이 나타나면 병이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지 않나”라며 “배터리도 유효한 여러 지표들을 뽑고 계속 트래킹하고 빅데이터화해야 한다. 남의 것과도 비교해야 한다. 내 데이터만 가지고 분석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환경부는 BMS 정보 일부를 전달받을 수 있는 완속충전기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 해당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를 따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넘어야 할 허들도 있다. 신차는 해당 충전기와 호환되지만, 이미 유통된 차량은 안 된단 것. 각 완성차로부터 데이터 공유를 이끌어내는 것이 숙제다.
한 교수는 “아직은 제조사 협조도 필요하고 모든 차에 적용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도 방향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는 동안엔 공동주택 등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배터리사와 정부의 인프라 및 기술 개발 노력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노력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단 것.
이날 한 교수는 공동주택 주차장에 60도 수준 열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면 화재를 막을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60도 열 감지 센서가 열을 인지할 정도면, 충전을 멈춘다고 해서 불이 아예 안 날 수는 없다. 다만, 충전을 멈추고 행동을 뭔가 더 하면 화재 확산을 지연시킬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은 센터장 역시 “지금 현장에서 하는 노력들이 타당하다고 본다. 지금 공청회에서 얘기 나온 건 ‘지금 상황은 이렇고 뭘 더 하면 좋다’는 건데,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그래도 지금 화재를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시스템은 센서와 쿨링 시스템, 소화 시스템 등이다. 당장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시사오늘(시사ON)(http://www.sisaon.co.kr)
Comments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