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늘리면 세수 걱정, 줄이면 안 사… '캐즘' 해법은?

24-06-11 23:08    |     Comment  0

전기차의 구매부터 생애주기 동안 쓰는 총 비용이 내연기관의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물론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혜택이 동반됐다는 가정이 필수불가결하다. 보조금 혜택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과 충전 인프라 확대,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만 캐즘(일시적 정체기)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11일 '전기차 수요확대를 위한 소비자 인식개선 방안' 이라는 주제로 자동차 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친환경차분과 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캐즘에 부딪힌 국내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전기차 구매를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이날 진행된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유자와 비보유자 간의 인식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사용자보다 비사용자의 부정적 인식이 크고, 오히려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재구매 의향이 95%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202649e0f9fc94a1f5274aa686a12e48_1718114845_4288.jpeg
전기차사용자협회 김성태 회장이 23년 말 이볼루션과 공동으로 전기차 인식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기차사용자협회가 지난해 전기차 보유자 128명, 비보유자 401명 등 총 5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경험에 대한 만족도는 보유자가 90.6%에 달하는 반면, 비보유자는 67.4%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기차는 꾸준히 타봐야 만족한다는 의미다.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었다.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의 불만족 이유는 ▲겨울철 주행거리가 짧다 ▲충전시간 오래걸린다 등이 순위에 올랐으나, 비보유자들은 ▲충전 인프라 ▲화재 등 안전성에 초점을 뒀다. 충전 문제는 같았으나, 보유자들은 실질적인 사용환경을, 비보유자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우선시했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전기차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전체 중 93.4%가 비보유자였다. 사용한 사람은 만족하는데, 안타본 사람들이 겁을 먹고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기차를 산 사람들에게 다시 내연기관으로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3%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만족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까. 전기차를 보유한 이들의 만족도는 '경제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비용과 유지비용이 내연기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전인프라를 제외하고서라도 전기차의 경제성이 월등히 뛰어난 것은 사실일까. 전기차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전 생애주기 동안의 총 소유비용(TCO)과 내연기관에서의 비용을 비교한 결과, 전기차를 구매했을 때는 전기차의 경제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649e0f9fc94a1f5274aa686a12e48_1718114862_5824.jpeg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총소유비용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21~2022년 기준 구매 가격은 내연기관차가 더 저렴하지만, 전 생애주기 동안 사용하는 금액은 전기차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배터리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면 내연기관차보다 비용관점에서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충전 인프라 및 충전시간의 가치를 환산해 더한 연구에서는 전기차의 경제성 확보에 보조금이 필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연구는 일반주유소와 충전소의 상대적 비율과 지역별 차이를 환산해 전기차의 총 소유비용에 충전 관련 패널티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 결과 전기차는 세금감면, 구매보조금 지원을 받아야만 내연기관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연료 가격이 아무리 저렴하다 하더라도, 정부 보조금이 줄어든다면 전기차의 경제적 이점이 흐려진다는 의미다. 해당 연구가 2021~2022년 기준인 만큼 지난해와 올해 보조금 정책이 변화하면서 전기차의 총 소유비용은 연구 당시보다 이미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구매보조금이 없을경우 전기차의 총 소유비용이 내연기관차를 넘기까지는 약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기차 캐즘의 실질적인 해결책으로는 충전인프라와 충전 시간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으로 봤다. 세수 감소에 따라 무기한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줄 수 없고,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전기차 사용환경의 변화가 선행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구매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가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 단계에서 EV 경제성 원천은 구매보조금과 세제혜택이지만, 세수 감소 문제가 있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충전인프라와 충전시간에 따른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연기관차 대비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는 친환경과 경제성이 가장 큰 무기인 만큼 정부의 보조금 지원도 한시적으로 증액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판매가 크게 줄어든 핵심에는 보조금 감소와 충전요금 할인 특례 일몰이 경제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판단에서다.


정 교수는 "매년 보조금의 지속적 감소, 충전요금 할인특례 일몰 등으로 전기차의 경제성 우위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며 "최근 공급망 교란에 따라 배터리 비용의 하락세가 둔화돼 차량가격 인하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전기차의 총 운영비용 경쟁력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증액, 충전요금 할인 등 경제성의 확실한 우위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올바르게 개선돼야할 것으로 봤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전동화 전환 동력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향후 2~3년 동안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전기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경우,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전동화 전환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Comments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